사제동행



선생님 사진
  • 이성권 선생님
  • 대진고
  • K와의 추억


 

  K를 처음 만난 것은 2학년 담임이 되어서였다.

 특별히 학업 성적에 관심이 있거나 열심히 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그저 평범하게 학교만 다니는 학생이었다. 크게 관심을 가지는 분야도 없었고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열망 같은 것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그런 그가 갑자기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집에 전화를 했더니 학교는 갔다고 엄마는 말하였다. 어찌 된 일인지 수소문해도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때만 해도 휴대전화는 생각하지도 못하던 시절이었으니 집을 뒤로 한 이유도, 어디 있는지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며칠 동안이나 결석은 계속되었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K가 가출 후에 그를 본 사람이 있는가? K로부터 연락이 온 적이 있는가? 등등을 학급의 친구들에게 물었다. 아무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았다.

 

  며칠이 지나고 K는 제 발로 학교에 나왔다.

 엄마와 함께 등교를 하였는데 며칠 새에 수척해져 있었다.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직감 할 수 있었다. 마주 않아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물으니 대뜸 한다는 말이 선생님, 저 자퇴를 하려고합니다했다. 상당히 심각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유는 묻지 않았다.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엄마는 체념 한 듯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네가 원하는 대로 자퇴를 하거라했다. 행정실에 가서 서류 한 장만 작성하고 가면 모든 것이 간단하게 마무리 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나도 감정을 숨긴 채 의례적인 이야기만 건넸다.

 

 “선생님. 그게 아니고...”.

그러지 말고 마음먹은 대로 자퇴를 해서 소신껏 지내라 했다.

K는 서운했는지 굵은 눈물만 소리 없이 흘리고 앉아 있었다. 엄마에게 왜 그러는 것인가를 물었더니 도무지 말을 하지 않아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이윽고 선생님,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한다. 엄마가 계시면 아무런 이야기도 될 것 같지 않아 엄마를 내보내고 단둘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실은 친하게 지냈던 여자 친구가 헤어지자고 통보를 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했다.

 

  순간 가슴이 저려왔다. 사랑하는 여자가 이별을 통보하고, 연락이 두절되고, 더구나 그녀는 K와 친한 J와 사귀게 되어 그리 되었다는 사정을 들으니 그러고도 남을 만큼의 충격으로 다가 왔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K를 따뜻하게 위로 했다. 그간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몸은 또 얼마나 시달렸느냐고 위로를 했다.

 

  어쩌면 K로서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던 문제를 이야기 하니 속은 후련했겠지만 여전히 시린 가슴은 그대로였을 것이다. 이미 5일을 무단결석한 상태였다. 그래서 K에게 제안을 했다. “오늘 오후에 기차로 제일 먼데로 여행을 떠나라”. 그리고 내일 돌아와서 모레는 학교에 나올 수 있겠니? 했다. “엄마에게는 비밀로 해 주세요한다. 난 그러겠노라고 약속했다. 엄마에게 서울에서 젤로 먼 곳의 기차표를 사주도록 부탁했다. 이유는 묻지 마시라고 했다. 내일 저녁에 집에 돌아 올 것이니 다른 걱정은 하지 마시라고 했다.

 

  K는 그길로 부산에 갔다.

 엄마가 전해줘서 알았다. 전화로 엄마는 이유를 물었다. 난 간단하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묻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러겠노라고 하셨다.

 

  K는 이틀 뒤에 아침 일찍 등교하지 않았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많은 걱정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엄마도 잘 알지 못한다고 하셨다. 점심때가 다 되서야 K는 학교에 나타났다. 너무도 반가운 생각이 들어 껴안고 반가워했다. 그 뒤로 학급의 학생들에게 말했다. “K는 너희들과 달라서 인생의 깊이가 있는 학생이니 무슨 일이 생기면 K와 상담하라고 몇 번을 일러 주었다.

 

  그렇게 2학년이 흘러가고 K3학년 진급을 하면서 직업과정을 선택하였다. 아마도 결코 잊힐 수 없는 기억을 간직한 채 학교생활을 했을 것이다. 몇 년이 지났을까. K에게 물어 볼 일이 생겨 해묵은 교무수첩을 뒤져 연락을 했더니 엄마가 전화를 받으신다. K의 근황을 물으니 졸업하고 바로 군대를 다녀오더니 직장에 몇 년 다니다가 무슨 이유인지 공부를 해야겠다고 하더란다. 그래서 지금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서울소재 K대학교 2학년에 다닌다고 하신다. 순간 많은 시간이 흘렀구나 했다. 그 뒤로도 또 10년은 족히 갔을 터이니 아마 지금쯤은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겠지?

 

  시간은 그렇게 흘러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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