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교육부가 공교육을 강화해 사교육 수요를 낮추겠다며 ‘학교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으나 현장에서는 반쪽짜리 대책에 불과하다는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공교육 내 학생별 소질과 적성에 맞는 맞춤교육을 실현하겠다는 취지로 2025 고교학점제 안착 지원, 학생 참여교실 수업 혁신 방안 등을 내놓았는데 현재 정시 중심으로 이뤄지는 대입 체제 아래에서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온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공정 수능’ 논란이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2028대입개편을 목전에 둔 현재 대통령 당정협의회를 비롯해 교육부까지 모두 수능에만 초점을 맞춰 언급하고 있는 건 2028까지 수능 위주로 대입을 끌고 가겠다는 정책신호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사교육 확대의 본질적 원인인 정시40%를 보지 못하고 여전히 킬러문항의 여부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능 위주 대입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교육부가 원하는 학생의 개인 맞춤형 공교육 체제는 완성될 수 없다. 어떤 공교육 강화 대책을 내놓아도 정시 확대 기조라는 대입 정책과 엇박자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공교육 강화 대책 가운데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모두 존치하며 고교유형을 정상화하겠다는 방침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 정부의 고교유형 단순화 정책은 공교육의 다양성과 학생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을 제약했다”며 “공교육 내에서 학생별 소질과 적성에 맞는 맞춤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유형의 학교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자사고와 특목고에 부여됐던 사회통합 의무선발 부담도 완화된다. 비율은 기존과 같이 유지하되 미충원 인원의 50%를 일반전형으로 충원을 허용하겠다는 설명이다. 농어촌 자율학교의 전국단위 선발 특례도 기존대로 유지한다.

다만 이 가운데 전국자사고 10개교에 지역인재 20% 선발을 의무화하겠다는 세부 운영방침은 정책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 학생에 대한 역차별적 소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지역인재 전형 비중을 늘리고 전국모집 전형의 비중을 줄인다면 전국의 45%가 몰려 있는 수도권 학생들의 교육선택권은 자연스레 축소된다. 수도권 교육특구에 집중된 수월성 교육을 지방으로 분산하던 전국자사고의 역할이 줄어들면 결국 수도권 사교육이 확대되는 정책 역효과가 예상된다. 지역 간 학생 수 격차를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인 의무선발 비율도 문제시된다. 지난해 기준 현대청운고가 위치한 울산광역시 학생 수는 전체 2.4%, 민사고가 위치한 강원도는 2.8%인 반면 외대부고가 위치한 경기도 학생 수는 28.4%에 이르는 만큼 격차가 크다. 한 학교 관계자는 “학교운영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정책을 만들면서 막상 학교 측과 단 한 차례도 논의하지 않았다”고 교육부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 “교육선택 기회 확대로 공교육 정상화”>
교육부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존치, 2025 고교학점제 안착 방안, 성취평가제 적용, 자율형공립고 2.0 추진, 농어촌 자율학교 전국단위 선발권 유지, 교사 행정업무 여건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배경은 지난 수년간 시도교육청의 교육재정이 2배 가까이 증가하고 학급당 학생 수가 감소하는 등 공교육의 여건은 크게 개선됐으나, 학교에서는 여전히 ‘지식전달 위주’ ‘평균 수준’의 교육을 실시하면서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잃고 사교육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등 공교육의 질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는 데 있다. 전수평가로 실시하던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평가로 전환(2017)한 이후 기초학력 미달(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1수준) 비율이 3배가량 크게 증가했고, OECD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결과에서도 읽기 성적 및 국제 순위가 하락하는 등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업 성취수준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그간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았던 획일적 평등주의에서 탈피해 다양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공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고교 유형 단순화 정책으로 공교육의 다양성과 학생,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이 제한되면서 이와 관련한 소모적인 서열화 논쟁으로 고교 교육 혁신이 미흡했다고 분석했다.

- 기초학력 교육 강화.. 초3 중1 ‘책임교육학년’ 지정
세부 추진 과제 중 첫 번째는 국가가 기초학력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기초학력은 개인이 사회적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필수 조건이자 인권에 해당되는 만큼 학생들의 기초학력 함양이 중요하다”며 학습/성장에 결정적 시기인 초3‧중1을 ‘책임교육학년’으로 지정하해 학력 진단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학년 초 성취수준을 진단하기 위한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에 초3 중1 전체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에 적극 권고할 예정이다. 전체 학생 참여 여부는 시도교육감이 결정하되, 시도교육청 평가 및 학습지원담당교원 배정에 반영한다. 중1은 자유학기제 취지를 고려해 진로 적성 진단도 함께 실시한다. 

학업성취 수준 진단 결과를 토대로 정규수업 및 방과후 지도, AI 맞춤형 학습, 학습 관리 튜터링을 연계해 제공한다. 진단 결과에 따른 중점 지원대상을 현재 전체 5% 규모로 제한된 기초학력 미달인원에서 2025년 전체 30% 규모에 이르는 중하위 수준 학생까지 연차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초3과 중1 외 학년에서도 성취 수준에 기반한 개별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학업성취수준 진단과 환류 체계를 강화한다. 교육청과학교, 학부모 등에게 평가결과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정책 수립과 학업 지도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청에는 해당 시도의 학교유형별 지역규모별 성별 등 성취수준 세부분석 결과를 제공하고, 교사에게는 성취수준별 학생 비율에 더해 해당 학교의 학년별 교과별 영역별 성취율 분석자료를 제공한다.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해당 학생 개인의 성취수준뿐 아니라 해당 학생의 성취율(점수)과 전체학생 평균 성취율(점수)도 제공한다. 

- 디지털 기반 교실수업 혁신.. 서/논술형 평가 강화 
AI 에듀테크를 활용해 개별 학생의 수준에 맞는 맞춤 교육을 실시하고, 학생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교실 수업의 혁신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2025년부터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분석한 학습정보를 바탕으로 개별 학생의 수준과 이해도에 맞는 맞춤 교육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25년 수학 영어 정보 특수국어를 우선 도입하고, 이후 국어 사회 과학 등 전 과목 도입을 목표로 2028년까지 단계적 확대를 추진한다. 디지털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디지털 보조교사 배치도 확대한다. 2023년 340명에서 2024 680명, 2027년 1800명으로의 확대다. 

학생의 창의력/문제해결력 함양을 위해 학생 참여형 수업을 확산하고 학생 성장과정에 대한 내실 있는 평가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단순 지식 측정이 아닌 사고력, 문제해결력 신장 등 학생의 성장을 유도하는 평가를 위해 선다형 문항을 지양하고 서논술형 평가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년부터는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수업 정보를 제공하고 체계적인 수업과 평가 운영을 위해 개별 학교의 수업/평가 운영 계획을 정보공시에 반영할 예정이다. 

탐구 중심 수업 활성화를 위해 시도교육청의 자율적인 IB 프로그램 도입과 확산을 지원하고 탐구 기반 수업/평가 우수 모델 발굴도 확산한다. IB프로그램은 현재 2023년 8개 교육청 225개교가 준비/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준비교는 142개교, 관심교는 48개교, 후보교는 17개교, 인증교는 18개교다. 교육부는 “IB 수업 평가 시스템의 장점을 벤치마킹하고 정책연구와 의견수렴 등을 거쳐 ‘한국형 IB 수업평가 모델’ 단계적 도입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공교육 선택권 확대.. 고교학점제 안착, 자사고/특목고 존치 
공교육 내 학생별 소질과 적성에 맞는 맞춤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고교학점제 기반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다양한 유형의 학교를 마련하는 데도 힘쓴다. 고교학점제는 기존 계획대로 2025년 전면 도입을 목표로 한다. 과목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생이 지역 및 학교 여건에 관계없이 다양한 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온라인학교 공동교육과정을 확대하고, 다양한 형태의 수업과 학생 중심 교육활동 여건 조성을 위한 학점제형 공간 조성 지원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기존 발표한 대로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선택과목별 유불리가 없도록 모든 ‘선택과목’의 석차등급 병기를 폐지하고 ‘공통과목’의 경우 최소한의 내신 변별을 위해 석차 9등급 병기를 유지한다. 고교학점제로 학생이 이수한 과목 특성이 대입에 유의미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대학에 제공되는 정보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존치해 공교육 내에서 학생 학부모가 원하는 다양한 교육을 제공한다. 올해 12월까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국가교육위원회와의 검토/협의를 통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 관련 교육과정에 필요한 사항을 마련할 예정이다. 기존 외고와 국제고의 특목고 지위를 유지하되, 희망하는 경우 (가칭)국제외국어고 유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기존 외고와 국제고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법령상 학교 구분은 국제외국어고로 통일하고 기존 외고와 국제고의 전문교과를 통합해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교명 변경도 가능하다. 

자사고 등이 우수 학생 선발에 의존하지 않고 학교의 교육력을 통해 우수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통한 운영 내실화도 추진한다. 후기 학생선발과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유지하고, 입학전형 영향평가 개선 등을 통한 학생 선발효과와 사교육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사회통합전형 의무선발은 기존과 같이 유지하되 미충원 인원의 50%를 일반전형으로 충원 허용해 부담을 완화한다. 운영성과 평가를 5년 주기로 실시하고 결과에 따른 정원감축도 도입한다. 전국자사고의 경우 지역인재 양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모집정원의 20% 이상을 해당 학교 소재 시도 학생으로 선발하도록 의무화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래 유망 성장 산업 등 산업수요 변화에 대응한 전문 직업 인재 집중 육성을 위해 ‘마이스터고 2.0’을 추진하고, 농산어촌/원도심 등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자공고 2.0’을 추진한다. 자공고는 시도별 자율적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시도별 자율적 발전모델 예시로는 교육혁신가 기업 지자체(교육재단 포함) 교육청 등 여러 주체가 협약을 맺고 공립학교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K-pop 스쿨, 특성화고, 대안학교 등 기존 공립학교와 다른 방식으로 학교 운영이 가능하다. 

농어촌 자율학교의 전국단위 모집 특례도 유지한다. 2009년 이전 자율학교로 지정된 일반고 43개교와 중학교 7개교 기준으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단 해당 지역(시/군/구) 학생을 일정 비율 이상 선발하도록 권고한다. 구체적 비율은 시도교육감이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해당 학교와 협의 후 결정할 수 있다. 현재 농어촌 자율학교 고교의 경우 50% 내외를 지역인재로 선발하고 있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