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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or대학가] 산업대, 일반대·전문대와의 차이는?
[한국대학신문 이연희·천주연 기자]‘산업인력 양성, 평생교육, 재직자 재교육, 직업·취업중심대학, 산업체 현장실습 중심…’
언뜻 최근 정부의 고등교육 기조와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고등교육법상 ‘산업대’의 설립목적과 특성을 열거한 것이다. 최근 산업대 수가 적은데다 기능이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사이에서 모호해지면서 정부와 주변 대학들이 산업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기만 하다.
■19개 인가에서 2개만 남아…눈엣가시 신세=산업인력 양성, 평생교육, 재교육을 전담하던 산업대가 있다는 점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산업대는 직업·취업 중심대학으로서 재직자와 성인교육, 산업체 취업을 위한 교육을 중점적으로 수행하는 대학이다. 따라서 수업연한이 2~4년제로 다양하며, 야간제와 계절제 수업이 가능하다. 학기가 아닌 학점제로 운영돼 등록금도 학점에 따라 책정되고, 산업체 현장실습도 출석으로 인정한다. 입시에서는 전문대학과 같이 중복지원이 가능하고, 재직자도 입학할 수 있다.
산업대는 1998년 3월 기존 개방대학이 고등교육법상 산업대학으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서울산업대(현 서울과기대) 충주대(한국교통대로 통합), 진주산업대(현 경남과기대), 안성산업대(한경대) 등 국립 8개교, 동명정보대(동명대로 통합), 남서울대, 산기대, 대전산업대(현 우송대) 등 사립 11개교 등 총 19개교가 산업대학 인가를 받았다.산업대 나름의 협의회까지 운영됐을 정도다.
그러나 2008년 9월 교육과학기술부는 3년간 한시적으로 산업대학의 일반대학 전환을 허용했다. 그러자 17개 산업대가 종합대학 전환을 택했고, 청운대와 호원대 단 두 곳만 산업대로 남은 상태다.
일반대학으로 전환한 대학들은 일반대나 전문대에서도 산업대의 기능을 갖추게 되면서 산업대 원래의 설립목적과 고유의 기능이 흐릿해졌고 경쟁력이 약화돼 ‘산업대 울타리’를 탈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일반대학보다 하위대학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구성원들이 위축됐고, 산업대는 일반대학원을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R&D 규제에 갈증을 느낀 산업대 교수들의 바람도 한몫 했다.
이재광 산기대 기획처장 역시 “일반대학 전환에 앞서 여론수렴 설문조사를 실시했었는데, 교직원과 학생 대부분이 일반대학 전환에 찬성했다”며 “이전에는 중복지원이 가능하다보니 ‘보험용’ 지원이 속출해 입시경쟁률은 높은 반면 등록률은 낮고 중도탈락률도 높았는데 이제는 그 부작용도 없어진 상태다. 산업수요 맞춤 교육’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교직원들이 거부감 없이 동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밝혔다.
■“산업대 사실상 유명무실…‘직업교육대학’으로 통합시켜야”= 전문대학에서 산업대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산업대의 기존 설립취지가 무색해지면서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이 높다.
양한주 동양미래대학 교수는 “산업대의 모체는 개방대학으로 일반학생, 전문대학 편입생,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학제를 다양하게 운영하면서 직업교육을 담당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말만 산업대지 전부 4년제로만 운영하지 않았나. 일반대학과 똑같은 교육을 하면서 간판만 산업대라고 달았다”면서 “그마저도 결국 다 일반대학 화하면서 없어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과 사회적 인식에 있다고 봤다. 한영수 전주비전대학 총장은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산업대가 다 일반대학으로 전환하지 않았겠나. 정부에서 산업대의 본래 취지를 살려 활성화될 수 있게끔 재정지원, 제도완화 등의 유도책을 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다 죽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사회에서도 일반대학을 선호하는 잘못된 가치관이 고착화되면서 자연히 산업대가 일반대학으로 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승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군장대학 총장)도 “요즘 다시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정부가 취업률을 강조하면서 일반대학이 직업교육 쪽을 넘보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고등교육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구분해서 만든 의미가 없다. 일반대학은 학문과 연구중심이고, 산업대학과 전문대학은 직업교육중심으로 교육내용 자체가 다른데 일률적인 평가 잣대를 들이대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대학 관계자들은 '전문 직업인 양성'이라는 같은 교육 목적을 가진 직업교육기관이 산재해 있는 것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재 제도상으로 산업대학, 전문대학, 폴리텍 대학 등이 따로따로 규정돼 있다. 현재 산업대가 유명무실해진 상태에서 그 역할을 사실상 전문대학이 담당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목적이 동일하고 구분이 모호해진 만큼 하나의 직업교육대학으로 묶어 운영하면서 각 산업군에 따라 다양한 학제 개설이 가능하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두 산업대 “나만의 길을 간다”=교육부에서도 내심 산업대들이 일반대학으로 전환하길 바라는 눈치다. 단 두 개 대학밖에 없기 때문에 별도 정책을 펴기보다는 4년제 대학과 묶거나 ‘일반대학’으로 제한하기 일쑤다.
그러나 산업대를 유지하고 있는 호원대와 청운대는 산업대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일반대학에 산업대 고유의 재직자 및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허용하면서 산업대의 존립기반을 흔들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교육부가 실업계고교 졸업자 계속교육 프로그램과 산업체 재직자 재교육 프로그램을 일반대학에 허용했고, 최근 △계약학과 프로그램 확대(일반대)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일반대) △전문대학 수업연한 다양화 등을 추진하면서 일반대학와 산업대, 전문대의 경계를 흐리고 있다는 얘기다.
강태구 호원대 기획조정실장은 “최근까지도 교육부는 산업대에 일반대학으로 전환할 것을 권유했지만 우리 대학은 불이익을 감당하더라도 산업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버티고 있다”며 “전문직업인을 길러낸다는 설립이념과 산업대학으로서의 구성원들의 자긍심이 강하고, 현 정부의 수요자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은 결국 산업대 체제가 미래 교육 방향과 일치한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으니 이어나가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정부가 산업대의 특성화를 강화하는 체계적인 육성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학구조개혁평가와 각종 재정지원사업에서 산업대를 일반대학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행정편의적 사고’라며 산업대에 맞는 평가기준으로 각종 평가를 진행해달라는 요구하기도 했다.
진영환 청운대 기획처장 역시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등은 확실히 신경은 쓰인다”며 “내부에서는 일반대 전환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천캠퍼스에 재직자 교육 수요가 충분해 산업대 체제를 바꿀 생각은 없다. 교육부에서도 가끔 의중은 떠보지만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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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16-05-10 09: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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